췌장은 길이 15cm의 가늘고 긴 모양을 가진 장기로 췌액이라 불리는 소화액을 분비해 십이지장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복강의 후복벽에 자리잡고 있는 췌장은 겉에서 만져지지도 않고, 개복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여러 장기들에 둘러싸여 몸 안쪽에 깊숙하게 위치해 있는데, 머리 부분은 십이지장과 연결돼 있고 췌장의 꼬리는 비장에 닿아 있습니다. 췌장은 이렇게 머리, 몸통, 꼬리의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췌장은 섭취한 음식물 중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췌장암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종양덩어리)입니다. 췌장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췌관세포에서 발생한 췌관선암종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종을 말합니다.
췌장암은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들어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췌장암 환자 또한 꾸준히 증가 중 입니다. 발생 현황을 보면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9.8명, 여성은 8명으로 선진국 수준인 10명 이상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현재 췌장암은 암 발생 순위 8위, 사망률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40세 이전에는 적고, 50세 이후에 주로 발생합니다.
췌장암은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고, 예비 기능이 충분하여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췌장은 두께가 2cm정도로 얇으며 피막만으로 쌓여 있는 데다가 소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상장간막 동맥과 장에서 흡수한 영양분을 간으로 운반하는 간문맥 등과 밀착되어 있어 암의 침윤이 쉽게 일어납니다. 또한 췌장 후면의 신경 다발과 임파선에도 조기에 전이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고 특히 췌장 암세포는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췌장암의 증상은 비특이적으로, 여러 가지 췌장 질환에서 볼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황달 등이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 전이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췌장암 환자의 대부분에서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췌두부암 환자의 대부분에서 황달이 나타납니다. 췌장의 체부와 미부에 발생하는 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외에도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기름진 변의 양상을 보이는 지방변 또는 회색변, 식후 통증, 구토, 오심 등의 증상이 있으며,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고, 췌장염의 임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환자에서는 위장관 출혈, 우울증이나 정서불안 등의 정신장애, 표재성 혈전성정맥염이 나타나기도 하며 허약감, 어지러움, 오한, 근육경련, 설사 등의 증상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췌장에 악성 종양이 생기면 예후가 나빠 5년 생존율이 고작 8%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술이 가능한 1기(암세포가 췌장에만 있는 상태)나 2기(주위 조직이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상태)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 중 30%에 불과합니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와 간이나 폐 등으로 원격 전이가 된 4기 환자는 수술이 불가능합니다. 다행히 1, 2기에 속해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20%로 낮은 편입니다.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해야 할 경우는 50세 이상 의 연령에 있는 사람으로 최근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거나, 원인을 잘 모르는 등과 상복부의 통증이 있을 때, 소화관 검사로써 설명할 수 없는 소화 불량, 지방변이 있을 때, 가족력 비만이 없는데도 최근에 당뇨병이 나타나는 경우 입니다. 가족 중 췌장암이 있는 환자, 만성췌장염 환자, 낭종이 있는 사람 등은 췌장암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췌장암의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췌장암의 종양표지자인 CA19-9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볼 필요가 있고 일반인의 경우 정기 검진을 통해서 찾아내는 건 어렵겠지만, 췌장암이 의심되는 단계에서는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른 암에 비해 암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 전 단계의 병변 역시 뚜렷하지 않습니다. 췌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요인에는 45세 이상의 연령, 흡연 경력, 두경부나 폐 및 방광암의 과거력, 오래된 당뇨병,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만성 췌장염 및 일부 유전질환에서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췌장암 환자 중 약 5~10%는 유전 소인을 가지고 있는데, 췌장암 환자에서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약 7.8% 정도로 일반인에서의 췌장암 발생률 0.6%에 비해 빈도가 높습니다. 췌장암이 잘 발생한다고 알려진 유전 질환으로는 유전 췌장염, 모세혈관 확장성운동실조증(ataxia-telangiectasia, AT),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syndrome)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 질환에서 췌장암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최근 이와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 기준은 없으며, 다만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회피하여 예방하도록 권장됩니다. 예를 들어,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리는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5배 가량 높고 다른 기관에 암이 생길 확률도 높아지므로 금연은 다른 암에서와 같이 췌장암의 예방에 필수적입니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이를 피하여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입니다.
췌장암은 당뇨나 췌장염과 연관 있으므로 갑자기 당뇨가 나타나거나 원래 당뇨병이 있는 경우, 급성 혹은 만성 췌장염이 있을 경우에는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며, 췌장암의 위험 요인을 최대한 피하도록 합니다.
췌장암은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이고, 육안으로 보기에 완전히 절제되었다 하더라도 미세 전이에 의해 생존율 향상이 적으며,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습니다. 따라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일 때 조기 발견하여 수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췌장은 후복막에 다른 장기들에 둘러 싸여져 있고,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췌장암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들은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EUS), 양성자방출 단층촬영(PET), 혈청종양 표지자(CA19-9) 등 입니다
복부 초음파 검사는 통증이 있거나 황달이 있는 환자에서 담석증을 감별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시행 합니다. 췌장 종양이나 담관 확장, 간 전이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조영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자에 따라 정확도가 다르고, 비만 정도, 장내 공기 등에 의한 검사 상의 제약이 있습니다.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은 췌장암을 진단하거나 병기를 측정하는데 초음파보다 유용한 검사로, 검사자에 따른 오류가 적어 병변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크기가 작은 암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CT로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 MRI가 추가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은 모든 경우에 시행하는 검사는 아니며, 황달에 대한 치료로 내시경적 담즙 배액술을 위해 주로 이용됩니다. 이 외에도 CT에서 애매한 경우이거나 십이지장과 유두부의 관찰이 필요한 경우, 췌액의 채취가 필요한 경우, 췌관 내 생검과세포진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 선택적으로 시행합니다.
내시경 초음파검사는 최근에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췌장 종양과 만성 췌장염의 구별,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의 진단, 췌장암의 병기 결정 등에 일반 초음파 검사나 CT 검사보다 유용하다는 보고가 늘고 있어 주목할 만한 검사입니다. PET는 췌장암 세포에서 당 대사가 증가되어 있는 것을 이용한 검사 방법으로 췌장암과 췌장염의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잠재 전이 병소의 발견이나 수술 후 재발 판정 등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CT에 비해 장점이 월등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적입니다.
췌장암과 관련되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종양 표지자는 CA19-9이지만, 특이도가 낮아 췌장암 이외에도 담도를 포함한 소화기계의 암에서 모두 상승될 수 있으며 담관염과 담도 폐색이 있는 경우에도 상승될 수 있습니다. 조기암에서는 정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진단에 사용할 수 없지만, 췌장암의 예후와 치료 후 추적검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 치료의 원칙은 암 발생 부위를 포함해 주변 림프절까지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입니다. 암 조직을 잘라내야지만 췌장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췌장암 수술을 받을 수 있으려면 암이 주위 혈관을 침습하지 않고, 간이나 폐로 원격전이가 없는 1, 2기에 속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조기에 암을 발견하기가 어려워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진단받은 환자의 고작 30%밖에 되지 않습니다.외과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6개월이며, 이러한 환자 치료의 주된 목적은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생존기간 중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수술이 가능해도 췌장 자체가 십이지장과 담도, 담낭, 비장 등 각종 장기에 둘러싸여 있어 암을 제거하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절제 후에도 음식이 내려가는 곳을 제대로 재건해야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절제를 하고 재건술을 하는 데 총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